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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알아보자

한국형 오컬트 스릴러 영화 '사바하(SVAHA : THE SIXTH FINGER2019)'

by 영화읽는 샐러리맨 2025. 3. 5.

영화 <사바하> 리뷰: 한국형 오컬트 스릴러의 새로운 지평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는 기존 한국 오컬트 영화와 차별화된 독창적인 서사와 철학적 주제를 담아낸 작품이다. 기존의 퇴마 중심 오컬트 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는 불교적 색채를 기반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선과 악, 종교적 믿음과 진실을 탐구한다.

 

1. 줄거리와 전개: 불교와 미스터리의 결합

영화는 신흥 종교를 조사하는 박목사(이정재)가 쌍둥이 자매 중 ‘괴물’이라 불리는 아이와 한 종교 단체를 조사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다. 박목사는 ‘사슴동산’이라는 의문의 신흥 종교 단체와 연관된 기이한 사건들을 조사하며 점점 더 깊은 음모에 빠져든다. 한편, 태어나자마자 가족들에게 외면받고 살아온 소녀 금화(이재인)의 존재가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며, 그녀가 가진 특별한 운명이 점차 드러난다.

사바하는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지만 단순한 오컬트물이 아니라 미스터리와 스릴러 요소를 강조한다. 영화의 초반부는 불교 교리를 바탕으로 신흥 종교와 관련된 기이한 사건들을 탐구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고조되며 서스펜스가 극대화된다.

 

2. 연출과 분위기: 정교하게 쌓아올린 미스터리

장재현 감독은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 퇴마 의식을 다루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사바하에서는 기존의 카톨릭 중심 오컬트에서 벗어나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는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신흥 종교 단체의 불길한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영화 전반에 깔린 음울한 색감과 조명, 그리고 불교적 상징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관객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

카메라 워크 또한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좁고 어두운 공간을 활용한 촬영 기법은 공포감을 증폭시키며, 클로즈업과 슬로우모션을 적절히 활용해 중요한 순간들을 강조한다. 여기에 강렬한 음향 효과와 신비로운 배경음악이 더해져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3. 배우들의 열연: 이정재와 이재인의 강렬한 연기

이정재는 영화에서 신흥 종교를 탐사하는 박목사 역할을 맡아, 현실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그는 불신과 의심 속에서 점차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면서도, 인간적인 갈등을 겪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는 바로 금화 역을 맡은 이재인이다. 그녀는 말을 하지 못하는 역할을 맡아 비언어적인 표현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쌍둥이 자매로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운명을 가진 인물을 연기하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4. 철학적 메시지: 선과 악의 경계를 탐구하다

사바하는 단순한 오컬트 스릴러를 넘어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가 쉽게 판단하는 ‘악’이 과연 진짜 악인지, ‘선’이라고 믿었던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에서 신흥 종교 집단이 행하는 의식과 그들의 신념, 그리고 주인공이 쫓는 진실은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불교적 세계관과 맞닿아 있으며, 업(業), 윤회, 그리고 깨달음과 같은 개념을 반영한다. 영화의 제목인 사바하는 불교에서 의식을 끝맺을 때 쓰이는 말로, ‘이제 막 끝났다’ 혹은 ‘이제 시작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영화의 결말과도 연결되며,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시작됨을 암시한다.

 

5. 결말과 해석: 열린 결말과 여운

사바하의 결말은 관객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기존 오컬트 영화처럼 명확한 해결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인물들과 사건의 여운을 통해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 장면에서 박목사가 보이는 반응, 그리고 금화가 처한 상황 등은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서 인간과 종교, 믿음과 진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열린 결말은 일부 관객들에게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화의 주제와 철학을 고려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다.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